우리사회에서는 진실을 보도한 언론이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익명보도의 원칙이 법적으로 강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른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언론 윤리의 영역으로 맡겨놓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마련한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법 조항이 부재한 것은 아니다. 1881년 언론자유법은 미성년 피해자의 신상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미성년자가 법정에 서게 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을 보도할 때, 또는 취재원을 보호하고 싶을 때, 언론은 실명을
2022년 10월 발표된 인터넷 마케팅 사업자, 소르트리스트의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사용자 중 절반 이상이 글을 게시하기 전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활동을 기다리며, 1/3 이상이 여러 번 촬영한 이후에 사진을 게시한다. 단 9%만이 첫 번째 촬영한 사진을 게시한다. 이처럼 깔끔한 이미지, 대본이 있는 삶, 미적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엄지척’을 찾아 나서는 소셜미디어에서의 행위는 사용자들에게 또 다른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이런 가식과 허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소셜미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기후변화 보도는 기존 저널리즘의 문법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영역처럼 보인다. ‘사건’ 중심이 아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가능성’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단지 ‘환경’ 혹은 ‘지구’ 섹션만의 이슈가 아니며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걸쳐 있다. 유럽의 많은 언론사는 모든 구성원이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을 빠른 시일 내에 갖춰서 통합적인 기후위기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의 성찰을
일하는 방식의 변화, 정보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 디지털 기술의 영향, 직업과 관련된 불안정성…. 언론인이라는 직업은 전 사회를 휩쓰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점점 더 세지는 업무강도, 상대적 박탈감, 직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등으로 인해 주니어 기자들이 언론사를 떠나는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0월4일 파리에서는 젊은 언론인의 교육 및 고용에 관한 대토론회가 처음 열렸다. 이 직업에 희망을 잃은 젊은 (예비) 언론인의 직업에 대한 진입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문화부의 지원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지난 9월16일 ‘유럽 미디어 자유법’을 발표했다. 유럽에서의 편집 독립성과 다원주의 보호를 목적으로 마련된 이 법안은 유럽의 미디어 집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언론사 소유주에게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유럽 차원에서 언론에 관한 법안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배경에는 헝가리와 폴란드 언론 자유와 정보 다원주의의 급격한 쇠퇴가 있다. 헝가리와 폴란드 정부는 언론사의 수익에 큰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언론의 다원주의를 점진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권력에 방해가
기후 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절반에 가까운 인류가 기후 위기에 상당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고, 지구가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를 구성하고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언론은 관련 보도를 통해 기후 위기가 제기하는 도전에 현재와 미래 세대가 맞서도록 돕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지난 9월 프랑스 언론인들은 ‘환경 및
‘앱실론’(Epsiloon)이라는 과학 전문 잡지가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학 전문 잡지, ‘시앙스에비(Science & Vie)’ 출신 기자들에 의해 창간된 이 매체는 등장 전부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겸비한 이들이 앱실론을 창간하게 된 데에는 씁쓸한 배경이 존재한다. ‘시앙스에비’는 대단한 명성을 지닌 매체다. 일반 대중을 위한 잡지, 시앙스에비뿐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시앙스에비 주니어를 발행하는 등 과학정보의 대중화에 기여하면서 이 매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환경 전문 매체도 광고와 주주 없는 모델이 가능할까? ‘르포르테르(Reporterre)’라는 인터넷 신문이 그런 사례다. 이 매체는 2007년 ‘르몽드’ 환경전문 기자였던 에르베 캄프(Herve Kempf)에 의해 “생태학적 위기, 사회적 불의 및 자유에 대한 위협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초기에는 기사가 불규칙적으로 실려 그리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사이트가 점차 안정되면서 탐사보도나 독점 인터뷰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에르베 캄프가 2013년 9월 르몽드를 완전히 떠나면서 환경 문제를 전문적으로
흔히 언론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론이 바라보는 세상은 종종 실제 세상과는 괴리가 커 보인다. 그리고 이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대중에겐 언론 보도가 자신들과 상관없는 ‘그사세’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전부터 유럽의 미디어 전문가들은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보도를 통해 사회를 반영할 수 있도록 뉴스룸 구성원을 다양화할 것을 요구했다. 물론 여전히 유럽 뉴스룸의 기자들 대다수는 백인 중산층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엔
올해 7월15일부터 17일까지 르몽드의 여섯 번째 저널리즘 페스티벌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6년부터 해마다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마을, 쿠튀르 쉬르 갸론(Couthures sur Garonne)에서 3일 동안 열린다. 르몽드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이제 시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친근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언론인과 미디어 전문가, 화제의 인물 등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대표적인 저널리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애초에 르몽드의 독자공동체 강화를 위해 기획되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이 4월 24일 치러진 2차 결선투표에서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프랑스 극우는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음에도 또다시 엘리제궁 입성에 실패했다. 프랑스인들이 마크롱을 선택한 것은 그를 전적으로 지지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극우의 집권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에 가깝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에는 프랑스의 몇몇 매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22일 실린 르몽드의 편집국장 제롬 페노글리오의 사설을 들 수 있다. 그는 ‘
‘언론 자유 위협’ 프랑스에서 시작된 언론개혁지난해 10월 중순, 국경없는기자회가 ‘시스템 B’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해 자사 사이트,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공유했다. 이 영상은 프랑스의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가 어떻게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망가뜨리는지를, 그에 관해 취재한 탐사저널리스트들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기자들의 증언과 더불어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볼로레는 2015년 뉴스 전문 채널인 이텔레(I-Télé)를 인수해 100여 명의 언론인을 해고하고, 채널명을 쎄뉴스(CNews)로 변경했다. 이후 ‘정보처리자’들을 데리고
지난 3일, 구글이 프랑스 최대 언론 협회인 APIG(종합신문사연합)와 저작인접권 보상을 위한 재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프랑스가 뉴스 저작인접권법을 신설한 이후 난항을 거듭했던 거대 플랫폼과의 두 번째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유럽 저작권 지침을 도입한 이 법률은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콘텐츠를 사용하고자 할 때 언론사에게 그 보상에 대해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APIG는 300여개의 전국일간지‧지역일간지‧지역주간지를 아우르고 있으며 거대 플랫폼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번 계약 체결에 대해 구글은 “역사적
코로나19의 심각한 확산세로 불안감은 커져가고,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각종 음모론과 허위정보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월 11일,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다. 바로 팩트체크 협업 플랫폼, ‘데팍토(De Facto)’다. 팩트체크 협업 플랫폼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2017년 프랑스 대선을 둘러싼 가짜뉴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크로스체크’라는 협업 저널리즘 프로젝트가 마련되었고, 당시 33개의 언론사를 비롯, 총 37개의 파트너가 이 프
12월15일, 프랑스 언론인 250명이 ‘언론 소유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선언문’을 일간지 르몽드를 통해 발표했다. 이는 지난 11월18일, 프랑스 상원에서 “미디어 집중의 원인과 과정을 조명하고 이러한 집중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구성한 국회 조사위원회작업에 힘을 실어주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 조사위는 언론 개혁을 위해 나선 경제학자, 변호사, NGO 그리고 언론인 협회의 제안을 상원이 받아들이면서 출범했다. 신문‧방송‧라디오에 종사하는 250명의 언론인들은 이날 선언문에서 언론이 소수의 거대 주주에 의해 독점되
프랑스 최대 지역일간지 ‘우에스트 프랑스(Ouest France)’가 2022년 대선에는 지지 정당 혹은 후보자 관련 여론조사에 대해 그 어떤 보도도 싣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언론사들 사이에 여론조사 보도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신문의 편집국장, 프랑소와-자비에 르프랑은 지난 10월23일 트위터를 통해 “우에스트 프랑스는 대선 전까지 정치적인 여론조사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논평을 듣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자사 칼럼을 통해 “토론을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여론조
지난 10월 12일, 프랑스의 경제지 ‘레제코’와 공영라디오인 ‘라디오 프랑스’가 공동 주최하는 저널리즘 페스티벌, 메디아 앙 센(Médias en Seine)이 개최됐다. 전 세계 주요 매체, 언론사 경영진들, 신생 매체 등 미디어의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이 참여하는 이 페스티벌은 ‘미디어의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토론’하기 위한 행사로 올해의 대주제는 ‘공동 위기의 세상에서 살아가기’였다. 팬데믹, 기후위기, 정보의 무질서 등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 대해 언론이 실존적인 관점에서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프로그램의 주요 주제는 ‘언론
‘저널리즘 총회(Assises internationales du journalisme)’라는 행사가 있다. 프랑스 저널리즘 분야의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2007년 퀄리티 정보의 생산 조건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 많은 언론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저널리즘 총회는 저널리즘 관행에 대해 토론하고 반성하는 공간으로 언론인, 언론사 경영진, 저널리즘스쿨 학생, 미디어 연구자, 미디어 교육 전문가, 교사, 청소년 등 저널리즘 및 미디어교육 분야의 다양한 행위자들을 비롯,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다. 해마다 800명가량의 언론인과 수천명의
지난 7월9일부터 11일까지 르몽드가 주최한 저널리즘 페스티벌이 열렸다. 3일 동안 언론인과 독자, 화제의 인물 등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6년부터 해마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르몽드뿐 아니라 다양한 프랑스 매체의 편집국장, 저널리스트, 유튜버, 시민단체, 정치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토론과 공연, 전시회, 만남, 워크숍, 청소년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언론에 대한
얼마 전 ‘언론 보도기준을 바꾸자 베르테르 효과가 크게 감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했다.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론이다. 반면 최근 우리나라 연구팀이 밝힌 바와 같이 미디어는 자살률을 낮추는 데도 기여 할 수 있다. 이를 ‘파파게노 효과’라 한다. 파파게노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오스트리아 비엔나 지하철에서의 자살률 감소를 들 수 있다. 1978년 비엔나에서 지하철이 개통되었을 때 그곳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빈번히 발생했다. 당시 언론은 이러한 죽음